"남들처럼 못 움직이니까, 명절 반갑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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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맞춰 고향인 보성 예당리 땅을 밟아본지 벌써 20여년이 됐습니다. 움직이기 위해선 휠체어가 필수인데, 휠체어를 가지고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장애인 전용 운송수단이 있긴 하지만 명절에는 추첨을 통해서만 운영되고 있어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동장애인 양모(55)씨는 올해로 무려 20년째 명절 기간에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다친 이후로부터 휠체어에 생활의 대부분을 의탁하고 있어 고향 방문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홀로 명절을 보내야 하는 그를 위해 친지 등 가족들이 수시로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지만, 양씨의 마음 한 구석 아쉬움은 여전하다. 이동권이 제한되면서 부모님의 성묘조차 못하는 매년 명절이 슬프고 괴롭기만 하다.
양씨는 "고향인 보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시외버스를 이용하거나 기차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시외버스에는 휠체어 수납 전용 공간이 없어 사실상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며 "기차를 이용해서 보성역에 내릴 수는 있지만, 이 곳에서 예당리로 향하는 휠체어 전용 교통편이 없기 때문에 고향 방문을 매년 좌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장애인 양모씨가 서구장애인복지관 발달장애인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있다.이어 "장애인 콜택시로 해결이 될 줄 알았으나, 광주에서 출발하는 경우 종착지가 화순과 나주, 담양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동 장애인들을 위한 광주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의 '새빛콜 추석 고향방문 차량 지원사업'에도 수차례 신청했지만 번번히 추첨에서 탈락했다. 정원이 5명 내외라 당첨이 어려울 수밖에 없어 명절 고향 방문이 빈번히 무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행정이 장애인 이동권을 도외시하고 있다며 보다 깊은 관심을 촉구했다.
양씨는 "일본과 싱가포르에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시내는 물론 시외버스까지 휠체어 수납 공간이 마련된 것으로 알고있다. 행정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광주시에서도 타 지역의 사례를 본받아 명절마다 소외되고 있는 장애인들의 사례가 없어지길 바란다. 저 또한 명절마다 꼭 부모님의 산소를 찾아 성묘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동장애인 이모(25)씨도 비슷한 처지를 호소했다. 이씨 또한 명절에 맞춰 고향인 여수를 방문하는 것이 어렵다. 이씨가 여수를 방문할 경우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기차다. 그러나 모든 기차에 휠체어 전용 수납 공간이 없다는 점에서 불편을 겪고있다.
이씨는 "기차마다 상황이 각각 다르다. 대체로 기차는 꼬리칸 등에 휠체어 전용 공간이 마련돼있지만 없는 기차도 많다. 모든 상황이 다르다보니 내가 원하는 시간에 휠체어 전용 공간이 마련된 기차에 탈 수 있느냐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장애인 콜택시가 가진 문제점과 관련해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도 "장애인콜택시의 광역간 연계 시스템이 구축돼있지 않아보인다. 때문에 광주에서 향하는 목적지가 한정적인데다, 원하는 목적지까지 향하기 위해 전남권역 장애인 콜택시를 추가로 부르는 등 최소 2번에 걸쳐 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광주시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설비에 보다 투자해주면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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